하노이는 베트남 음식 문화의 근원지로,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전통 베트남 요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미식 세계를 지닌 도시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부터 정갈한 전통 요리, 향긋한 생선 요리까지 하노이의 음식은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 그 자체다. 이번 글에서는 하노이의 대표 맛집 세 곳, 퍼 10 리꽁, 꽌 안 응온, 차 까 라 붕을 소개하며 베트남 북부 미식의 진수를 탐험한다.
퍼 10 리꽁 – 하노이의 아침을 여는 국수 한 그릇
하노이의 아침은 국수로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퍼 10 리꽁(Phở 10 Lý Quốc Sư)은 하노이 사람들에게 ‘아침의 성지’로 불린다. 이 식당은 하노이 구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하며, 언제 가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퍼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붐빈다. 대표 메뉴는 ‘퍼 보(Pho Bo, 소고기 쌀국수)’다. 맑고 진한 국물은 10시간 이상 고아낸 소뼈 육수로 만들어지며,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얇게 썬 소고기, 쫄깃한 쌀국수 면, 그리고 고수와 라임, 칠리의 조화는 하노이 퍼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퍼 10 리꽁의 매력은 단순히 맛에 있지 않다. 이곳의 국수는 하노이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비춘다. 출근 전 간단히 한 그릇을 먹는 직장인, 학교 가기 전 부모와 함께 앉은 아이들,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년의 모습까지, 이곳은 음식이 일상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다. 하노이를 여행한다면 꼭 아침 일찍 방문해 보자. 김이 나는 퍼 한 그릇을 들이켜는 순간, 하노이의 공기와 사람들의 리듬이 그대로 느껴질 것이다.
꽌 안 응온 – 베트남 전통의 모든 맛을 한자리에
꽌 안 응온(Quán Ăn Ngon)은 하노이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음식 레스토랑 중 하나로, ‘베트남 전통 요리의 박물관’이라 불린다. 이곳은 길거리 음식의 맛을 고급스럽게 재해석해, 깨끗한 환경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지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당의 구조부터 독특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러 개의 작은 노점 부스가 둘러서 있고, 각 부스마다 다른 요리를 조리한다. 이는 실제 거리의 시장을 재현한 것이다. 손님은 자리에 앉아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면, 각 부스에서 갓 조리된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대표 메뉴는 ‘반쎄오(Bánh Xèo)’와 ‘분짜(Bún Chả)’다. 반쎄오는 바삭한 베트남식 부침 요리로, 새우, 숙주, 돼지고기를 넣어 향긋하고 고소하다. 분짜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으로,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쌀국수를 달콤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이곳의 분짜는 육즙이 풍부하고 그릴 향이 살아 있어 현지인들도 극찬한다. 꽌 안 응온은 맛뿐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베트남 전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대나무 가구와 전통 조명, 직원들의 아오자이 복장은 마치 하노이의 오래된 마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현지 음식에 대한 첫 경험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차 까 라 붕 – 향긋한 생선 요리의 진수
차 까 라 붕(Chả Cá Lã Vọng)은 하노이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생선 요리 전문점이다. 이곳은 ‘차까’라는 요리를 탄생시킨 원조 가게로, 오늘날 베트남 전역에서 즐겨 먹는 생선 요리의 시작점이다. 대표 메뉴인 ‘차까’는 민물고기(보통 강메기)를 강황과 딜, 마늘, 고추로 양념해 구운 뒤, 라이스 누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테이블 위에는 작고 낡은 철판이 놓이고, 직원이 직접 생선을 구워준다. 구워지는 동안 딜과 파의 향긋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식욕을 자극한다. 생선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여기에 땅콩, 숙주, 라임, 고수, 그리고 특제 느억맘 소스를 곁들이면 복합적인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처음에는 낯선 조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입 먹으면 그 조화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차 까 라 붕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베트남의 미식 역사 한 페이지다. 하노이 사람들에게 ‘차까’는 일종의 상징이다 — 가족이 모이는 자리,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 특별한 날의 메뉴로 빠지지 않는다. 한 세기를 넘어 이어져온 맛은 지금도 변함없이 하노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하노이 맛집 여행의 의미
퍼 10 리꽁, 꽌 안 응온, 차 까 라 붕 — 세 곳은 하노이 음식 문화의 세 축을 대표한다. 퍼 10 리꽁에서는 서민적이고 따뜻한 하노이의 일상을, 꽌 안 응온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미식의 다양성을, 차 까 라 붕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하노이의 역사와 전통을 맛볼 수 있다. 하노이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삶, 계절, 문화, 그리고 정서가 응축된 이야기다. 아침의 퍼, 점심의 분짜, 저녁의 차까 — 하루의 흐름 속에서 맛은 곧 시간의 언어가 된다. 결론적으로 하노이 맛집 여행은 베트남의 뿌리를 느끼는 여정이다. 프랑스 식민지의 흔적과 동남아 전통이 혼합된 하노이의 음식은 복합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다. 골목의 향, 땀방울, 웃음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한 그릇의 요리에는 하노이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베트남이 단순히 ‘맛있는 나라’가 아니라, ‘맛으로 문화를 전하는 나라’ 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