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수도 리마는 남미 미식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요리 혁신의 실험실로 평가받는다. 안데스 산맥, 태평양, 아마존에서 온 다양한 식재료가 이 도시의 식탁에 오르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풍미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번 글에서는 리마를 대표하는 세 곳의 맛집, 센트럴(Central), 마이도(Maido), 라 마르(La Mar)를 통해 페루 미식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센트럴 – 페루의 생태계를 한 접시에 담다
센트럴(Central)은 리마뿐 아니라 전 세계 미식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셰프 비르히니오 마르티네즈(Virgilio Martínez)가 이끄는 이곳은 ‘세계 50대 레스토랑’에서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을 만큼, 페루 미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센트럴의 철학은 단순하다. **“페루의 모든 고도(Altitude)를 맛보게 하라.”** 셰프는 해수면 아래 10미터의 해조류부터 해발 4,000미터의 감자, 옥수수, 허브까지 — 각 지역의 재료를 하나의 코스 안에 담는다. 즉, 메뉴 한 끼가 곧 페루의 생태계를 여행하는 셈이다. 대표 코스인 **“Mater Elevations”**는 열두 가지 요리로 구성된다. 안데스의 퀴노아, 아마존의 카카오, 태평양의 해산물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각 요리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강의 새벽’이라는 요리는 초록빛 허브 소스와 물고기를 이용해 강의 흐름을 재현한다. 레스토랑 내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으로, 흙과 나무, 돌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식사 시간은 단순한 미식이 아니라, 페루라는 나라의 생명력과 정체성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센트럴은 단순히 레스토랑이 아니라, **‘식문화로 자연을 번역한 예술 공간’**이다.
마이도 – 일본과 페루가 만난 ‘니케이 퀴진’의 정점
리마의 마이도(Maido)는 페루 요리에 일본의 감성과 기술을 결합한 ‘니케이(Nikkei) 퀴진’의 본고장이다. 셰프 미츠하루 츠모라(Mitsuharu Tsumura)는 페루계 일본인 2세로, 두 문화의 미식 DNA를 완벽히 융합했다. 니케이 요리는 일본식 조리법과 페루식 재료가 결합된 형태로, 그 기원은 19세기 일본 이민자들의 식탁에서 시작됐다. 마이도는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금은 세계 50대 레스토랑 5위권에 꾸준히 오르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스시 니케이(Sushi Nikkei)’와 ‘푸르푸르 데 마리스코(Peruano de Mariscos)’다. 스시는 생선의 신선도를 일본식 기술로 살리되, 페루의 고추와 감귤류인 리마를 활용해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풍미를 더한다. 해산물 요리는 전통 세비체(Ceviche)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산미와 감칠맛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 식사는 오마카세 스타일로 진행되며, 각 코스에는 셰프의 짧은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는 “한 입 한 입이 두 나라의 대화”라고 말한다. 마이도의 분위기는 따뜻하면서도 세련되다. 목재와 대나무를 활용한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은 일본 다다미 방의 단정함과 페루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마이도는 두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다. 전통과 혁신, 동양과 남미, 감성과 과학이 한 접시 위에서 만나는 놀라운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라 마르 – 세비체의 본고장, 바다의 풍미를 즐기다
라 마르(La Mar)는 리마의 해안가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에 위치한 활기찬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다. 페루 요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세비체(Ceviche)를 세계적으로 알린 곳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리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라 마르의 대표 메뉴는 단연 **‘세비체 라 마르(Ceviche La Mar)’**다. 신선한 흰살생선을 레몬즙과 고추, 양파, 고수, 옥수수와 함께 버무려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풍미를 낸다. 특히 페루산 고추인 아히 리모(Ají Limón)의 향긋한 매운맛이 일품이다. 이 요리는 페루 해안의 강렬한 햇살과 바다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티라디토(Tiradito)’다. 스시 사시미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로, 얇게 썬 생선 위에 페루식 고추소스를 얹은 형태다. 일본 기술과 페루 재료의 조화가 만들어낸 니케이 스타일의 상징적 메뉴다. 라 마르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고 활기차다. 파란색 타일과 나무 가구, 오픈 키친 구조가 바다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다. 점심시간이면 현지 가족과 여행자들이 가득 차 활기가 넘친다. 라 마르는 단순한 세비체 맛집이 아니라, **페루인의 ‘바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장소**다. 그들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문화다. 한 입의 세비체에는 페루 해안의 역사와 자부심이 녹아 있다.
리마 맛집 여행의 의미
센트럴, 마이도, 라 마르는 리마 미식의 세 가지 세계를 대표한다. 센트럴은 자연과 과학, 생태계의 탐험을, 마이도는 문화 간의 융합과 창조를, 라 마르는 바다와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 세 식당을 통해 우리는 리마의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철학과 정체성을 담은 예술임을 깨닫게 된다. 페루의 요리는 재료의 신선함과 색감의 대비, 그리고 지역적 다양성으로 세계 미식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리마 여행에서 맛집 탐방은 곧 페루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안데스의 감자, 아마존의 열대과일, 태평양의 해산물이 한 도시의 식탁 위에 공존하는 그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결론적으로 리마 맛집 여행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체험하는 여정이다. 센트럴의 철학적 미식, 마이도의 문화적 대화, 라 마르의 생명력 넘치는 바다의 맛 — 이 세 경험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비로소 리마가 왜 ‘세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