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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맛집 가이드 (인디안 악센트, 부카라, 카림스)

by livealifeidream 2025. 10. 5.

뉴델리(타지마할) 사진

뉴델리는 인도 요리의 심장부이자, 향신료의 수도로 불린다. 거리마다 풍기는 커민, 카다멈, 강황의 향은 도시의 정체성을 이룬다. 이곳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수천 년 역사와 종교, 지역의 다양성을 담은 문화적 상징이다. 이번 글에서는 뉴델리를 대표하는 세 곳의 맛집, 인디안 악센트(Indian Accent), 부카라(Bukhara), 카림스(Karim’s)를 통해 인도 미식의 정수를 살펴본다.

 

인디안 악센트 –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인도 미식의 혁명

인디안 악센트(Indian Accent)는 뉴델리를 대표하는 현대 인도 요리의 상징이다. 셰프 마닛 소달(Manit Sodi)과 로힛 칸나(Rohit Khanna)가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인도 전통 요리를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해 ‘인도 요리의 르네상스’라 불린다. 레스토랑은 뉴델리 중심부의 고급 호텔 ‘로디 더 가든(Lodhi The Garden)’ 안에 위치하며,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유리창 너머로 정원이 펼쳐져 있고,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은 마치 미술관 같은 평온함을 선사한다. 대표 메뉴는 ‘블루 치즈 난(Blue Cheese Naan)’과 ‘메크니 소스 램(Mehkhani Sauce Lamb)’이다. 블루 치즈 난은 인도의 전통 빵에 유럽식 치즈를 결합한 독창적인 요리로, 짭조름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완벽히 어우러진다. 메크니 소스 램은 전통 버터커리의 진한 소스와 부드러운 양고기의 조화가 일품이다. 셰프는 전통 향신료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재료의 조리 방식과 플레이팅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다. 음식의 향과 질감, 색감은 인도 문화의 다양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인디안 악센트는 미식의 수준을 넘어, 인도의 전통을 세계 무대에 올린 예술적 공간이다.

 

부카라 – 제국의 맛, 북인도 전통의 정점

부카라(Bukhara)는 인도 미식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델리 ITC 모리야 셰라톤 호텔 내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수십 년간 ‘세계 5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으며, 각국의 정상과 유명 인사들이 방문한 전설적인 곳이다. 이곳은 ‘무굴 제국의 식탁’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 대표 메뉴는 ‘달 부카라(Daal Bukhara)’와 ‘탄두리 램찹(Tandoori Lamb Chops)’이다. 달 부카라는 검은 렌틸콩을 24시간 이상 천천히 끓여 만든 스튜로, 깊고 크리미한 풍미가 압도적이다. 탄두리 램찹은 고온의 탄두르 오븐에서 구워낸 양고기 요리로, 연기 향과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다. 식당의 내부는 전통적이면서도 웅장하다. 붉은 벽돌, 나무 기둥, 청동 그릇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북인도 궁정의 연회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손님들은 금속 접시에 직접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으며, 인도의 전통적인 식사 문화를 경험한다. 부카라는 단순히 ‘맛집’이 아니다. 그것은 인도의 역사, 문화, 신앙이 녹아든 공간이다. 향신료의 향, 탄두르의 불, 그리고 따뜻한 서비스는 인도 미식의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뉴델리에 간다면 반드시 한 번은 방문해야 할 미식의 성지다.

 

카림스 – 델리 구시가지의 숨은 전설

뉴델리의 구시가지 차트니 초크(Chandni Chowk) 한복판에는 100년 역사를 지닌 카림스(Karim’s)가 있다. 1913년, 무굴 황실의 요리사였던 하지 카림이 문을 연 이 식당은 ‘왕의 레시피’를 시민들에게 전한 최초의 장소로, 지금도 현지인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카림스는 외관부터 전통 그 자체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붉은 간판, 오래된 나무문, 화덕의 연기 냄새가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내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붐비며 사람들의 활기가 넘친다. 대표 메뉴는 ‘무르그 무슬람(Murgh Musallam)’과 ‘시크 케밥(Seekh Kebab)’이다. 무르그 무슬람은 통닭을 향신료, 요거트, 견과류 소스로 재운 뒤 천천히 구워내는 요리로, 무굴 황실의 대표 메뉴였다. 시크 케밥은 탄두르 오븐에서 구운 양고기 꼬치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카림스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맛에는 수 세기를 거쳐 이어진 인도 요리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간 여행’이다. 전통적인 향신료의 향과 탄두르 불꽃의 온도 속에서, 무굴 제국의 기억이 다시 깨어난다. 현지인들은 “델리의 진짜 맛은 카림스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곳은 뉴델리 미식의 근원이며, 인도인의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장소다.

 

뉴델리 맛집 여행의 의미

인디안 악센트, 부카라, 카림스 — 이 세 곳은 인도 요리의 세 가지 얼굴을 대표한다. 인디안 악센트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부카라는 제국의 품격과 정통을, 카림스는 서민적이고 진솔한 전통을 상징한다. 뉴델리의 음식 문화는 계급, 종교, 역사,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발전해 왔다. 향신료의 강렬함은 단순히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의 기후와 철학,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생명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 식당의 음식은 각각 다른 시대와 계층을 대변하지만, 그 근본에는 ‘공유의 문화’가 있다. 인도 음식은 나눔의 미학이다. 결론적으로 뉴델리 맛집 여행은 인도를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한 접시의 커리 안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인디안 악센트의 정제된 예술, 부카라의 웅장한 전통, 카림스의 따뜻한 현실 —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할 때 비로소 인도의 진짜 맛을 알게 된다. 뉴델리는 그야말로 향신료로 쓴 인류 문명의 서사시다.